(베이징=신화통신) 도쿄전력(TEPCO)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다핵종제거설비(ALPS) 시설 근처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바다 물고기 넙치를 키우는 해양 생물 사육실이 있다. 그중 하나의 수조에는 일반 바닷물이 담겨 있고 다른 수조에는 처리된 방사능 오염수, 즉 'ALPS 처리수'가 담겨 있다. 도쿄전력은 넙치 사육 상황과 체내 방사성 동위원소 삼중수소(Tritium) 데이터를 매일 인터넷에 공개한다.
도쿄전력은 ALPS가 방사능 오염수에서 방사성 동위원소 삼중수소를 걸러내지 못함은 인정했지만, 삼중수소가 물고기에 이어 먹이사슬을 통해 인류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과학계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지난해 12월 미국 국가해양실험실협회(NAML)는 성명을 통해 일본이 안전 보장을 뒷받침할 만한 충분하고 정확한 과학적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 반면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뒷받침할 자료는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태평양도서국포럼(PIF)에서 초빙한 제3자 전문가 그룹은 연구조사 보고서를 통해 방사성 동위원소 삼중수소가 해양에서 유기결합형 삼중수소로 전환된 후 해양 생태계에 장시간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도쿄전력 측은 이에 대해 아무런 평가나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뿐 아니라 과학자들 역시 방사능 오염수 처리와 관련해 도쿄전력이 내놓은 다른 데이터에 대해서도 많은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 몬터레이 미들베리 국제문제연구소(MIIS)의 페렌츠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일본이 태평양도서국포럼에 제공한 자료는 '불완전하고 부정확하며 불일치하고 단편적'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해양 방류 결정을 내린 것은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또한 제3자 전문가 그룹은 보고서에서 도쿄전력이 측정한 데이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처리를 거친 방사능 오염수 시료 채취 검사에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첫째, 저장탱크 중 4분의 1만 샘플링 검사가 진행됐다. 둘째, 채취된 시료가 수십L(리터)에 불과해 샘플링 범위가 지나치게 국부적이었다. 셋째, 저장탱크 바닥에 있는 방사능 오염수의 시료는 채취하지 않았다.
실제로 도쿄전력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데이터를 조작해 원전의 안전 문제를 은폐한 '전적'이 있다. 예를 들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1주일 만에 전문가들은 제1원전 1호기부터 3호기까지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발생했다고 판단했지만, 도쿄전력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노심 손상'으로 피해 규모를 축소시켰다. 지난 2013년에 도쿄전력은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에 들어간 사실을 은폐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또 2021년에도 ALPS 여과망이 손상됐음을 은폐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도쿄전력은 이른바 'ALPS 처리수'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방사능 측정기 조작으로 참관객들을 눈속임한 사실이 폭로됐다.
신뢰를 저버린 도쿄전력의 행태는 핵심 데이터에서만 발견된 것이 아니었다. 방사능 오염수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지난 2015년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에 지역 어민들의 이해를 얻기 전까지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니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당시 시간을 벌기 위해 어민들을 '안심'시킨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데이터를 가지고 말하되 근거가 없는 데이터를 가지고 혼잣말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라는 엄청난 일에 대해 만에 하나의 실수도 발생하지 않도록 절대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전까지 일본은 절대 경거망동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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