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e조은뉴스]윤진성 기자 =목회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 축구장에서도 우리 선수들을 한 명 한 명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좋은 팀 조직력과 대회 결과로 이어졌다.”
이영수 감독이 이끄는 전남순천FCU15(이하 순천FC)가 17일 오후 고성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60회 청룡기 전국중학교 축구대회 U14 유스컵 결승전에서 전북완주FC15에 1-0으로 이겨 우승했다. 순천FC는 후반 2분 박형은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승리했다.
이번 청룡기 대회는 저학년들의 경기 감각 유지를 위해 저학년부(U14유스컵)와 고학년부 대회로 나뉘어 열렸다. 순천FC는 고학년부 대회 8강에서 탈락했지만, 저학년부에서는 창단 후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경기 후 이영수 감독은 “3학년들이 8강에서 떨어졌는데, 저학년들이 마지막까지 열심히 해준 덕분에 우승해서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저학년 선수들이 우승을 확정 짓자, 관중석에 있던 3학년 선수들이 모두 뛰쳐나와 기쁨을 함께했다. 이는 순천FC만의 끈끈한 팀 조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 감독은 “우리 팀은 지도자가 최대한 덜 개입하려 하고, 선수들이 스스로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게 있다. 이번 대회에서 그런 좋은 분위기가 잘 작용했다”고 돌아봤다.
이 감독은 평일에는 선수들을 지도하고, 주말에는 목사로 일한다. 순천FC의 전신인 순천매산중학교에서는 학교 담임 목사로 목회와 축구부 감독을 겸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매산중학교가 미션스쿨(종교학교)이다 보니, 그때는 학교에서 목사로 같이 발령받았었다. 3년 전부터 클럽팀(순천FC)으로 바뀌면서 교내 목회 활동은 하지 않지만, 주말이나 쉬는 날 순천의 기독교청소년협회(CYA)에서 협동 목사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교인으로서 아이들을 대하는 포용력 있는 자세가 감독으로서 팀을 이끄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목회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라며 “우리 선수들을 한 명 한 명 잘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순천FC에게 이번 우승이 뜻깊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4년 전 매산중 축구부가 해체된 뒤, 클럽팀으로 새롭게 창단해 이뤄낸 첫 우승이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매산중 시절부터 10년 정도 이 팀을 맡아왔는데, 4년 전 순천교육지원청에서 학교 운동부는 그만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며 합숙소 운영금지 및 폐지를 통보했다. 팀이 해체되고 다시 클럽팀으로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는데, 2020년에 순천시축구협회의 도움으로 재창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3년 전부터 오랜 시간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 준비했는데, 결실을 맺어 기쁘다. 올해 대회에서 저학년 선수들이 중심이 돼 청룡기에서 우승했기 때문에, 내년 내후년이 더 기대된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