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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계군인축구대회 우승 후 돌아온 이미연 감독

윤진성편집국 부국장 | 기사입력 2023/08/11 [21:39]

[인터뷰] 세계군인축구대회 우승 후 돌아온 이미연 감독

윤진성편집국 부국장 | 입력 : 2023/08/11 [21:39]


이미연 감독이 이끄는 국군 여자축구 대표팀이 지난달 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스파켄뷔르흐에서 열린 '제14회 세계군인여자축구대회'에서 이정민 하사의 결승골에 힘입어 프랑스를 꺾고 우승했다.

세계군인여자축구대회는 국제군인스포츠위원회(CISM)가 주관하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인하는 세계축구대회다. 상무여자축구단은 2008년부터 이 대회에 출전해 세 차례 결승에 올랐지만, 매번 우승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번 우승을 통해 10번째 도전 만에 첫 정상에 오른 상무는 2007년 국군 여자 대표팀 창단 이래 FIFA 공인 대회에서 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다.

쉽지만은 않았다. 한국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프랑스에 1-2로 패하며 불안한 시작을 했다. 그러나 이후 캐나다와 탄자니아를 각각 7-0, 2-0으로 누르고, 준결승에서는 카메룬에 4-1 대승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 상대는 다시 만난 프랑스. 한국은 전반 터진 이정민의 결승골로 1-0 승리하며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2007년 부산을 연고지로 창단해 보은, 문경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상무여자축구단에 몸담고 있는 이미연 감독에게 2023년은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됐다. 국군체육부대가 위치한 문경으로 연고지를 옮겨 첫 시즌을 치렀고, 세계군인여자축구대회에서 국군 여자축구 대표팀을 이끌며 우승했다. 대회 직후에는 한국여자축구연맹(KWFF)의 초청으로 여자월드컵을 참관하며 대표팀의 여정을 함께했다.

상무여자축구단의 이미연 감독을 문경시에 위치한 국군체육부대에서 만났다. 창단 후부터 16년간 상무여자축구단을 이끌어 온 소감, 2023 FIFA 여자 월드컵을 통해 바라본 한국 여자 축구와 실업리그의 발전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이미연 감독과의 일문일답]

- 축하드린다. 2007년 창단 후부터 16년 동안 팀을 이끌며 거둔 첫 우승인데.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 2007년 팀 창단 당시에는 코치로, 1년 후부터 지금까지는 감독을 맡고 있다. 상무하면 이미연 감독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팀을 잘 만들자는 목표로 여기까지 왔다. 아직 보완할 부분이 많지만, 지금까지 잘 성장해서 16년 동안 팀을 이끌고 있다고 생각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팀을 만들고자 했으며, 얼마나 이뤄냈다고 생각하는지. 한 팀을 오래 이끈 자부심으로 상무에 대한 애정도 남다를 것 같다.

군팀이라는 특성 때문에 다른 팀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열악한 배경에서 시작했다. 실업리그 초창기에는 상무도 드래프트에 참여해 선수들을 지명해 팀을 만들었는데, (드래프트로 인해) 일부 선수들은 원치 않게 군팀에 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팀의 조직력을 갖추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선수들이 매년 직접 상무에 지원하고 경쟁을 통해 선수들을 선발한다. 이에 팀 분위기도 좋고, 조직력도 자연스레 발전하며 팀플레이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팀이 됐다.

- 말씀하신 것처럼 상무 입대를 위한 경쟁이 매년 치열해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올해도 2명을 선발하는데 14명이 지원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다른 실업팀에 비해 오랜시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 선수 은퇴 후에도 (부사관으로서) 제2의 직장이나 노후가 보장되는 점이 선수들에게 크게 다가온 것 같다. 또 대학 선수 육성이 주목적이다 보니, 어린 선수들이 다른 팀보다 출전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 군팀을 지도하고 선수들을 선발하며 겪은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일까.

군팀 특성상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로만 팀을 구성해야 한다. 또 신장 제한(152cm~182cm)이나 연령 제한(만 29세 이하)이 있는 등 다른 실업팀보다 입단 조건이 까다롭다.

그런 만큼 가족 같은 분위기를 강조해 팀플레이를 만들어 가고 있다. 군대라는 틀 안에서 서로의 직급이 있지만 상호 간의 예우를 지키고 있으며, 경기장 안에서는 직급을 떠나 선수와 선수로 대하고 있다. 훈련 일정은 연초에 미리 조율해, 부대와 팀 어느 한 곳에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고 있다.

- 박예나(1999년생), 이정민(2000년생) 하사와 같이 어리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입대 후에도 대표팀에 발탁되는 사례가 늘어났다.

두 선수 모두 분명한 계획과 목표 의식을 가지고 문경상무에 왔다. 본인이 희망해서 팀에 온 만큼 자신의 길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찾아온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국가대표라는 꿈까지 이룰 수 있었다. 더 욕심을 가져 다음 월드컵에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으면 좋겠다.

- 이 선수들이 주축이 돼 10번째 도전 만에 지난 7월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첫 우승을 거뒀는데.

2008년부터 대회에 출전하며 결승까지 3번 올라갔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고, 항상 아쉬운 마음으로 부대에 복귀하기 바빴다.

그런데 올해는 우승하고 돌아와 부대에서 진행한 환영 행사를 직접 겪었다. 16년간 팀을 이끌며 힘들었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라. 묵은 체증이 모두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힘든 대회 일정을 견뎌준 선수들, 뒤에서 팀을 잘 이끌어 준 코칭스태프 덕분에 우승을 거둘 수 있었다. 너무 감사하다.

- 4년 만에 열린 이 대회를 어떻게 준비했나. 앞선 대회와 비교할 때 달랐던 점은?

우리는 2008년부터 대회에 참가했는데, 대회 초반에는 6개 팀만 참여했으나 점점 숫자가 늘어 현재 11개 팀이 참가하고 있다. 대회 초반보다 경쟁이 치열해졌다.

또 외국은 6개월만 복무하면 군인체육대회에 출전할 수 있어 우수한 선수들이 대회 직전 입대한 후 출전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우리나라는 단기복무 제도가 없어 순수 문경상무 선수들로만 대회를 치르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겨울 전지훈련을 통해 기술적인 측면과 체력을 미리 준비했고, WK리그를 통해 올린 경기력을 대회에서도 잘 발휘해 우승할 수 있었다.

- 결승에서는 예선에서 패했던 프랑스를 다시 만나 1-0 승리했다.

예선 때 프랑스에게 패배하며, 한 번만 더 붙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결승에서 맞붙게 됐다. 예선전을 분석한 결과 프랑스 선수들이 스피드나 피지컬은 좋지만, 후반전에 템포가 떨어진다고 느꼈다. 그래서 후반전에 승부를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결승전에 임했는데, 오히려 전반전부터 쉽게 득점하며 첫 우승을 거둘 수 있었다.

- 대회 직후에는 호주로 향했다. 연맹 초청으로 2023 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을 관전하며 느낀 바가 있다면.

먼저 지난 여자 월드컵과 비교해 경제적인 지원이 정말 커졌다. ‘골 때리는 그녀들’ 방영 이후로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정말 높아졌음을 실감했다. 이 흐름에 발맞춰 16강 진출까지 성공했다면 더욱 기뻤을 것 같은데,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크게 남는다. 특히 1, 2차전 때는 대한민국의 장점을 잘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독일전에서 보여준 전술이 현대축구의 전술과도 부합하며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 2009년 실업리그(WK리그) 창설 전인 2007년부터 상무에 몸 담았다. 오랜 시간 감독을 맡으며 느낀 바도 많을 것 같다. 여자 축구와 실업리그(WK리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WK리그가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선수들의 수준이 뛰어나, 분명히 경쟁력 있는 리그다. 그러나 아쉬운 점을 뽑자면 스폰서를 구하기 힘들다. 능력 있는 기업에서 타이틀스폰서를 맡는다면, 우승 상금이나 선수들 상금 등 경제적인 지원으로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축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대학교를 거쳐 WK리그 선수로 선발됐지만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 (리그에 참여하는) 팀 수가 많아진다면 이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2009년에 아시아 여성 최초로 P급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14년이 지난 지금 축구계에 여성 지도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09년 숙명여대 대학원에 진학할 기회가 있었지만, FIFA P급 지도자 교육을 택했다. 그리고 교육에서 합격해 P급 지도자를 땄고, 현재 이 자리에 있게 됐다. 처음 감독에 부임했을 때는 여성 지도자가 나 하나였다. 그런데 지금은 WK리그 8개 팀 중 5개 팀을 여성 지도자가 지도하고 있다. 처음에는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는 것이고, 여성 지도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내가 조금 더 성적을 내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여성 지도자들이 양성되는 시간을 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앞으로도 여성 지도자로서 최선을 다해서 후배 양성, 나아가 여자축구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한편으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당시 대학원에 가지 않은 것이 후회도 됐다. 아직 배울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고, 축구만 아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아 대학원을 다시 찾아보게 됐다. 결국 고려대학교 대학원 스포츠비즈니스학과에 합격해, 오는 9월부터 수업을 듣게 된다. 오랜만에 공부를 시작하기 때문에 걱정도 되지만, 대학원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축구와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 올 시즌 WK리그도 3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시즌 목표와 이번 시즌을 돌아본다면.

매일이 생일 같은 감사한 시즌을 보냈다. 매 경기 보여주는 퍼포먼스와 스토리도 좋았고, 특히 큰 우승을 거둬 더욱 기뻤던 1년이었다. 아직 3경기가 남은 만큼 이런 좋은 분위기를 이어 무패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은 바람이다. 특히 시즌 마지막 홈 경기이기도 한 화천KSPO와의 경기를 문경시에서 신경 써주고 계신다. 1위 팀과의 경기라 쉽지만은 않겠지만 한 시즌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다음 시즌 각오를 보여주는 경기인 만큼 좋은 결과로 보답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여자축구를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린다.

‘골 때리는 그녀들’로 인해 전보다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확연히 높아졌음을 실감한다. SNS나 지역 연고팀 경기 관람 등으로 여자축구를 한 번 경험하면 그 매력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자축구와는 또 다른 여자축구만의 매력을 느껴주셨으면 좋겠고, 지금처럼 끝까지 응원해 주신다면 좋은 경기력과 퍼포먼스로 보답하겠다. 항상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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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성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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