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신화통신) 상하이 인기 베이커리 브랜드인 드렁크 베이커(DRUNK BAKER) 매장 계산대에는 매일 밤 특별한 봉지 몇 개가 배달 라이더를 기다리고 있다. 매일 밤 8시면 배달 플랫폼에 올라오는 이 봉지는 메이퇀(美團)에서는 '당일 빵 복주머니'로 어러머(餓了?)에서는 '빵 블라인드 박스'로 불린다. 3~4개의 빵을 무작위로 담은 이 박스의 정가는 50~60위안(8천782~1만5천원)이지만 33위안(약 5천796원)에 팔리고 있다.
이것이 바로 중국 젊은 층에서 유행하고 있는 '잔반 블라인드 박스(剩菜盲盒)'다. 과자 11조각에 15위안(2천634원), 디저트 한 박스에 5.9위안(1천36원)...음식점은 그날 다 팔지 못한 상품을 무작위로 조합해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수년간 유럽과 미국에서도 점차 유행처럼 번지고 있으며 상하이 젊은 층에게도 새로운 생활 선택지로 떠올랐다. '상하이에서 빵 블라인드 박스 열풍이 분다' 등의 문장이 웨이보(微博) 인기 검색어에 올랐으며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훙수(小紅書)'의 많은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잔반 블라인드 박스 구매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혜택가로 구매가 가능하고 '블라인드 박스의 언박싱' 과정에서 느끼는 놀라움과 기쁨을 경험함과 동시에 음식물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잔반 블라인드 박스는 많은 중국 젊은 층의 선택을 받고 있다.
상하이에서는 상점들이 짧은 시간 동안 유명 배달 플랫폼에 잔반 블라인드 박스를 올리는 것 외에도 '시스모파다이(惜食魔法袋)' '취샤오다이(趣小袋)' 등 잔반 블라인드 박스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샤오청쉬(小程序·미니앱)도 등장했다.
'시스모파다이' 관련 책임자인 쑨궈민(孫國民)은 잔반 블라인드 박스가 '남겨진 음식물을 구제하는 지속 가능한 방안'이라며 이렇게 낭비를 줄이는 환경 보호적 마인드가 많은 소비자, 특히 젊은 소비자의 공감대를 끌어냈다고 말했다. 바로 이 점이 젊은 층이 잔반 블라인드 박스를 주도적으로 시도하려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는 플랫폼의 역할이 '음식 절약' 마인드에 동의하는 더 많은 업체와 사용자를 한데 묶는 것이라며 "잔반 블라인드 박스로 업체는 원가를 절감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정신적?물질적 측면의 이중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측면에서 이는 자원의 최적화 분배"라고 강조했다. '시스모파다이'는 중국 내 약 40개 도시의 4천여 개 매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낭비를 줄이고 원가를 절감하는 것 외에도 블라인드 박스의 형식을 빌려 소비자에게 더 신선한 체험을 제공하는 것 역시 많은 업체가 잔반 블라인드 박스라는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장사라(張莎拉) 드렁크 베이커 브랜드 운영책임자는 그간 매장에서 저녁 9시가 넘으면 제품을 30% 할인해 팔아 왔다며 '블라인드 박스 경제'에서 영감을 받아 빵 블라인드 박스를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블라인드 박스를 열었을 때 느끼는 놀람과 기쁨을 느끼고 싶어하는 젊은이가 많다"고 설명했다.
상하이 쉬후이(徐匯)구의 한 드렁크 베이커 매장 점원은 매장 하루 평균 매출이 약 2만 위안(351만원)이며 매일 10~20개 빵 블라인드 박스를 플랫폼에 올린다며 일반적으로 15분 내로 판매가 완료된다고 말했다.
RF1은 일본식 즉석식품을 판매하는 인기 매장으로 올 3월부터 취샤오다이 플랫폼에서 블라인드 박스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정가 약 100위안(1만7천566원)짜리 상품이 58위안(1만188원)에 팔고 있다.
천젠후이(陳建輝) 책임자는 블라인드 박스가 낭비를 줄이기 위한 많은 조치 중 하나일 뿐이며 RF1이 하루 매출액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판매 계획을 수립하고 폐기 식품의 가치를 매출액의 3~5%대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매일 플랫폼에 올리는 블라인드 박스의 수량과 할인 금액 모두 해당 판매 계획에 따라 정해진다고 강조했다.
류즈쿼(劉志闊) 푸단(復旦)대학 경제학원 교수는 잔반 블라인드 박스의 유행이 ▷소비자의 환경보호 마인드 고취 ▷배달 플랫폼의 빠른 발전 ▷블라인드 박스에 대한 젊은 층의 선호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업체가 경제 법칙을 활용해 재고를 더 효율적으로 소화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업체와 소비자 모두 '저탄소 윈윈'을 실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e조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포토&TV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