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이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에서 최종 성적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준결승과 3/4위전에서 비록 아쉽게 패했지만,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마지막 3위 결정전까지 보여준 U-20 대표팀의 훌륭한 경기 내용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2회 연속 U-20 월드컵 4강에 진출하는 기록을 남겼다. 또 대회 참가 횟수(총 22회중 16회 참가)와 국가별 통산 성적 순위(10위)에서도 독보적인 아시아 1위를 달리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13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U-20 월드컵을 통해 나타난 한국 축구의 경쟁력은 '골든 에이지' 등 20년 이상 심혈을 기울여 지속해온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정책의 성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유소년 육성 정책의 주요 내용과 성과.
[ '골든 에이지'의 힘]
개별 팀에 맡겨졌던 유소년 육성을 대한축구협회가 직접 나서서 시작한 것은 2002 월드컵 직전인 2001년부터다. 이 무렵 실시한 ‘유소년 상비군 제도’가 최초라 할 수 있다.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유소년 전임 지도자를 파견한 뒤, 12세부터 15세까지 권역별 우수 선수를 발굴해 정기적으로 소집 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이렇게 발굴된 엘리트 선수는 16세부터 청소년대표팀의 일원이 돼 각종 국제대회에 참가했다.
이어 2014년부터는 이 육성 프로그램 명칭을 '골든 에이지'로 바꾸고, 시스템을 한층 발전시켰다.20개 지역 센터 -' 5개 광역 센터 -' KFA 영재 센터로 이어지는 피라미드 구조로 훈련 프로그램을 고도화했다.각 연령별로 재능이 있는 선수들은 조금씩 더 높은 단계로 진입하는 방식이다. 여자선수들도 포함하기 시작했다. 대한축구협회 전임 지도자들이 유소년 선수들의 기술, 체력, 심리 등의 지표를 측정해 우수 인재를 발굴했다.
2014년에 '골든 에이지'가 시작됐으므로 당시 12세였던 2002년생들부터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았다.따라서 이번 U-20 월드컵에 출전한 2003년 ~ 2004년생들이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한 초창기 멤버라 할수 있다. 실제로 이번 U-20 월드컵에 참가한 21명 선수 전원이 12세 ~ 15세 시절에 '골든에이지' 훈련을 이수한 것으로 나타났다.진정한 '골든 에이지' 세대인 것이다.
연령별 대표팀을 촘촘하게 만든 것도 큰 힘이 됐다. 과거에는 아시아 청소년대회와 같은 공식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나이가 아니면 연령별 대표팀을 구성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른바 ‘잃어버린 세대’가 빈번히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에는 15세부터 19세까지 나이별로 빠짐없이 청소년대표팀을 구성함으로써, 기량 체크는 물론 국제경기 경험을 쌓도록 하고 있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은 “최근 협회는 축구대표팀의 기술 철학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세계 축구를 주도하고 국제적인 선수를 육성하여 축구팬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선사한다는 비전이다. 내년 골든에이지 출범 10주년을 맞아 프로그램의 성과를 분석하고, 개선 사항을 반영해 골든에이지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0 초중고 리그를 통한 저변확대와 기술 향상
2009년 출범한 ‘초중고 리그’도 유소년 축구 발전의 새로운 분기점이었다. 수십년간 계속됐던 학기중 토너먼트 대회 위주에서 벗어나 주말에 열리는 리그가 등장한 것이었다. 주말 리그 영향으로 축구 입문이 쉬워지면서 클럽 위주로 팀 창단이 급속도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2009년 576개였던 초.중.고교 팀이 지난해에는 818팀으로 늘어났다. 또 축구를 취미로 즐기고자 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2013년 출범한 ‘i(아이)리그’도 저변 확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인구 감소로 인해 국내 많은 종목들이 팀 감소와 선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축구는 아직 그런 걱정은 없다.
초중고 리그는 선수들의 기술 향상에도 이바지했다. 장기 레이스로 진행되므로 선수나 지도자들이 조금 더 여유를 갖고 경기에 임하게 됐다. 그 결과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플레이가 이전에 비해 훨씬 늘어났다.
과거 한국 선수들은 세계무대에서 강팀을 만나면 긴장하고 허둥대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이번 U-20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것처럼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침착하고 자신있게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은 이런 달라진 환경에서 나왔다고 할수 있다.
학기중에 열리는 주말 리그가 기본기와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면, 방학중에 열리는 전국 토너먼트 대회는 체력을 강화하고 승부욕, 투지를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의 특수한 토양이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과를 올릴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저학년 대회, 8인제, 프로유스팀의 기여]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나이 어린 선수들도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축구협회는 초중고 전국대회 개최시 저학년 대회를 개최하도록 시도축구협회와 연맹에 독려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많은 전국대회에서 저학년 대회가 별도로 열리고 있다.
K리그에서 실시한 저연령 선수 의무 출전제도의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K3와 K4리그에도 이 제도를 도입했다. 성인 무대에 들어선 어린 선수들이 뛸 수 있는 무대를 넓히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볼터치 횟수를 늘림으로써 개인 기술의 향상을 꾀할 목적으로 2019년부터 초등부 경기는 8인제로 진행한 것도 주목할만하다. 5~10년후에는 현재보다 더욱 세련되고 고급 기술을 구사하는 우리 선수들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이밖에 K리그 구단은 산하에 유스팀을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한 정책도 유소년 축구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프로 선수와 비슷한 환경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한 K리그 유스 선수들은 각 연령별 대표팀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발전위원장은 “축구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우리 유,청소년 축구 환경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소년 육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추진한 정책들로 인해 해마다 한단계씩 성장 발전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번 U-20 월드컵은 대한축구협회의 유소년 육성 방향이 올바르게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