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 지도자' 서울충암U-12의 한철 감독(33)은 유소년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즐거움이라 강조했다.
광희중과 광운전자고를 거쳐 동의대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한철 감독은 20대 초반 이른 나이에 축구화를 벗었다. 2014년 FC서울 U-12 유소년 축구단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의 길을 밟은 그는 선수 출신 지도자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차별점에 대해 고민했고, 이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한국체대 스포츠 산업 경영 석사, 숭실대 생활체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한 감독은 “내가 선수 경력이 화려하지 않다 보니, 오랫동안 축구를 경험했던 지도자들과 달리 어떤 부분에서 경쟁력이 있을까 고민해 왔다'면서 '부족한 경험을 이론적인 지식으로 탈피해야겠다고 생각했고, 현재는 숭실대에서 생활체육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유소년 축구클럽 운영 시스템과 발전 방안에 관한 졸업 논문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열린 4차 AFC/KFA A급 지도자 강습회에도 참석한 한 감독은 '지도자 교육과 석박사 과정을 거치며 수업 횟수가 많다고 아이들이 성장하는 게 아니라고 느꼈다. 강압적인 환경보다 질리지 않고 즐겁게 축구할 수 있도록 수업 횟수를 조절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충암U-12는 평일과 주말을 걸쳐 주 4회 훈련만 진행한다. 더불어 강한 체력 훈련은 지양하며, 후방 빌드업 패스 훈련과 기술 훈련에 집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 감독은 “감히 말씀드리건대 우리 팀이 초등학교 팀 가운데 운동량이 가장 적다. 이 부분에 대해 처음에는 부모님들의 반발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수업을 줄인지 3년 차가 됐고, 아이들의 부상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지도자로서 강조하는 것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즐거움'이라 설명했다.
'즐거운 축구'를 표방하는 한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결과로도 증명했다. 서울충암U-12는 올 초 있었던 전국소년체육대회 서울시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해 5월 열린 전국체전에 나서 3위를 기록했고, 초등리그에서도 개막 후 4경기 동안 무려 47골을 쏟아붓는 압도적인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현재 U-12 선수단에서 6학년 선수들은 1학년 때부터 한 감독이 직접 동고동락했던 선수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더 값진 결과다.
한 감독은 6년 간 함께해 온 제자들에게 “이들이 다시 오지 않을 초등학교 시절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전하면서 '단순히 축구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인성을 가진 선수로 성장했으면 한다'며 이들의 앞날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