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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달차녀 FC' 드래프트 현장 '이러다 월출산 자락에 걸린 달도 차겠네'

윤진성 기자 | 기사입력 2024/08/13 [16:08]

영암 달차녀 FC' 드래프트 현장 '이러다 월출산 자락에 걸린 달도 차겠네'

윤진성 기자 | 입력 : 2024/08/13 [16:08]



섭씨 33도까지 세상을 달군 한여름 뙤약볕도 영암 여성들의 축구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토요일인 8/10일 오전 8시30분, 월출산국립공원 천황봉이 보이는 영암군종합스포츠타운 B축구장에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하늘색과 흰색 세로 줄무늬가 교차하는 상의, 검정색 반바지와 스타킹으로 푸른 잔디 구장을 금세 알록달록하게 바꿔 놓았다. 유니폼 왼쪽 가슴에는 녹색·흰색 바탕의 방패 위로 ‘달차녀 FC’ 글씨가 선명했다.

이날은 영암군 여성 생활인구로 구성된 달차녀FC 드래프트 날. 달차녀FC 선수들은 10월 전국여성풋살대회 전주 예선 최종 엔트리 8명을 뽑는 테스트를 받을 예정이었다.

‘2024 전남콘텐츠기업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된 한국콘텐츠개발원은, 영암 여성들의 전국풋살대회 도전기를 영상으로 담기로 했다. 이태진 PD의 총괄로 촬영할 TV 리얼리티 예능의 주인공들이 필요했다.

한국콘텐츠개발원은 영암군과 함께 올해 6월, 공개모집과 2차례의 오디션을 거쳐 달차녀FC 선수들을 선발했다. 그렇게 17명의 선수, 감독·코치 각 1인으로 선수단은 꾸려졌다.

20대 대학생에서 30~40대 태권도 사범과 공무원, 주부, 자영업자까지 선수단의 면면은 다채로웠다. 지난달 13일에는 창단식을 열고, 선수단 출범을 대내·외에 알렸다.

같은 달 19~20일, 인천 송도의 이동국FC 경기장을 찾아 이동국 선수의 특별 지도도 받았다. 지난달 영암 물놀이 명소 ‘월출산 기찬랜드’ 개장식에는 특별 손님으로 초대돼 지역사회의 이목을 끌었다.

창단 이래 총 4차례 훈련을 받은 달차녀FC 선수들은, 중간평가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긴장한 기운이 역력했다. 10여 대의 카메라와 촬영 스태프 앞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쓸어내리며 스프린트, 드리블, 슈팅, 청백전으로 짜인 2시간 남짓의 테스트에 임했다.

동료들이 평가받을 때, 달차녀들은 빼어난 실력에는 박수와 함성으로, 순간 실수에는 목청을 다한 ‘파이팅’ 구호로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몇 차례 짧은 만남과 훈련을 거쳤을 뿐이었지만, 이미 달차녀들의 팀워크와 동료애 만큼은 ‘국대급’ 이상이었다.

등번호 6번의 박소현(36) 씨는 서울살이를 하다가 할머니 고향인 여암 군서면에 머물고 있다. 3개월 동안 학원에서 풋살을 배운 경력의 그는, “운동하면서 친구를 사귀고 싶어 선수단에 가입했다. 많은 사람들을 더 많이 알아가고 있고, 좋은 추억을 얻고 가고 싶다”고 밝혔다.

본격 드래프트 평가가 시작되자 운동장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축구장 하프라인에서 하늘을 등지고 누웠다가 반대편 페널티박스까지 선착순으로 달려가는 스프린트 평가에서는 촬영 NG가 날 뻔했다.

선수들의 달리기를 촬영팀이 과소평가(?)해서다. 휘슬이 울리자 재빠르게 뛰는 선수들을 촬영용 드론이 미처 따라가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한참 동안 촬영 영상을 모니터링하던 이태진 PD의 최종 ‘OK’ 사인이 떨어지자 드래프트는 이어졌다.

2, 4, 6살 세 아이를 둔 무안 엄마 안혜경(33) 씨는, 영암 HD현대삼호에서 일했던 인연으로 달차녀FC에 참가했다. 볼을 차러 집을 나설 때면 남편과 아이들의 넘치는 응원에 몸둘 바를 모를 정도란다.

안 씨는 “영암군 SNS를 보고 참가했다. 풋살이 너무 재미있지만 몸이 너무 안 따라 준다. 전국대회에 나가서 꼭 1골을 넣어보고 싶다. 개인 연습과 러닝으로 실력을 기르고 있다. 달차녀FC 활동이 인생에서 크게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진 드리블과 슈팅 테스트에서 일부 선수들은 숨은 실력을 뽐냈다. 세워둔 훈련용 콘을 요리조리 피하는 안정된 드리블에 이어, 골대 상단 그물에 꽂히는 대포알 같은 슈팅으로 동료들의 입이 딱 벌어지게 했다.

칭찬사례가 쏟아지자 유튜브를 보고 따라서 연습했다, 사설 레슨을 받았다 등등의 대답들이 나왔다. 듣던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노력을 인정했지만, 부러워하는 눈길만큼은 숨기지 못했다.

드래프트가 이어지자 선수들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몇몇 뚝뚝 땀이 흘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달차녀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긴장 속에서도 웃음 가득한 얼굴로 무더운 여름날을 추억의 시간으로 바꿔가고 있었다.

13번 윤지빈(21), 21번 김의인(21) 씨는 영암 학산면 출신의 동갑내기 대학생이다. 초등학교 단짝이던 둘은 방학을 맞아 함께 달차녀의 문을 두드렸다. 윤 씨는 “체력을 기르려고 풋살에 도전했다. 하루하루 늘어가는 재미로 공을 찬다. 대회에 나가서 1승을 꼭 해보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날 드래프트의 백미는 청백전이었다. 유니폼팀 5명과 노란조끼팀 5명이 실전에 돌입했다. 총 4번 훈련밖에 소화하지 않은 선수들이었지만 패스는 날카로웠고, 승부는 진지했다. 경기 결과는 ‘펠레 스코어’로 불리는 3:2였다.

3번 등번호를 단 강혜주(26) 씨는, 교회 아이들과 주말이면 축구를 즐기고, 배드민턴까지 섭렵하는 운동 마니아다. 영암 덕진면 출신으로 영암읍에 살고 있는 그는, 최근 문을 연 영암군 청년종합소통센터에서 일하는 청년활동가이기도 하다.

그는 “당연히 전국대회 우승이 목표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람들과 함께 단체훈련을 하는 재미가 있고, 촬영이 끝나도 꾸준히 영암에서 볼을 찰 수 있으면 좋겠다. 청년들이 저녁에 취미 활동과 문화생활을 하는 공간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결과로 최종 선발되는 달차녀들은 앞으로 집중 훈련을 거쳐 앞으로 다른 지역 팀과 친선전을 갖는다. 워크숍으로 팀워크도 더 다지고, 현역 여자축구선수의 지도도 받을 예정이다. 1:1 맞춤형 코칭 등 다양한 훈련을 거쳐 전국풋살대회에 나선다.

청백전과 드래프트 결과, 달차녀들의 전국풋살대회 도전기는 9월경부터 유튜브 ‘MBN엔터테인먼트’ 채널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이후 영암군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무더위를 젊은 날의 추억으로 바꿔가고 있는 달차녀들의 도전기를 월출산은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풋살 도전기에 나선 달차녀들의 기세는 이미 월출산 위에 떠오른 달을 차고도 남을 만했다.

윤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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