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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중등 작은학교 공동교육과정 진행

교과별 특색을 꽃피우다

윤진성 기자 | 기사입력 2024/08/04 [06:34]

고흥 중등 작은학교 공동교육과정 진행

교과별 특색을 꽃피우다
윤진성 기자 | 입력 : 2024/08/04 [06:34]



중등교사 간에는 대체로 교과 간 벽이 높다는 인식이 있다. 아무래도 교과(전공)의 구분이 분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 간 벽이 높다는 표현도 모든 교육활동은 학교단위로 이루어지니 너무나도 당연한 듯 여겨진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당연한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고흥에서만큼은 그렇다. 두 개의 장벽을 모두 넘어버린 고흥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 그 초월의 현장으로 함께 가보자.


사회수업,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다


  고흥점암중앙중 1학년 학생은 총 4명이다.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마저 조용하다. 그런데 6월 4일, 6월 12일, 6월 13일 고흥의 6개 작은학교 학생들이 한 곳에 모였다. 처음 만나 어색한 분위기도 금세 사라지고 다같이 어울려 수업하는 모습이 활기차다. 고흥점암중앙중 4명의 학생들은 함께 모여 30명이 되다보니 목소리도 더 커지고, 의자에서 일어나 손짓을 하며 의견을 내기도 한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하나로 모으는 과정 속에서 우리 학생들의 배움이 풍성해지고, 4명일 때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모습이 드러난다. 김리원(고흥점암중앙중 1년) 학생은 “많은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평소에 할 수 없었던 활동을 해봐서 어렵지만 좋은 경험이었어요.”

  “신문고에 정책 제안 글쓰기를 처음 해봤는데, 정말 뿌듯하고 고흥이 더 살기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2024년 고흥 사회과 작은학교 공동교육과정은 ‘다 함께 돌자, 시장 한바퀴’라는 주제로 총 10차시의 공동수업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전통시장의 인정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시장 속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고흥전통시장이 지역사회에서 갖는 의미와 중요성 등을 더 깊이 이해하는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그야말로 학생들이 지역 속에서 배우며 삶을 풍부하게 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수업이었다. 체험 후에는 더 나은 고흥전통시장을 만들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모아 정책 제안서를 만들고 실제로 고흥 군청에 정책을 제안하는 실천 활동까지 이어졌다. 고흥전통시장상인회는 “미래의 고객에게 전통시장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고흥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에 동참해줘서 너무 고맙다.”라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영어수업, 국경을 넘다


  영어 교과는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A그룹(봉래중, 고흥남양중, 고흥풍양중, 고흥백양중, 고흥도화중)은 교육과정에서 추출한 주제를 기반으로 펜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영어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실제로 활용하며 서로 상호작용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zoom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영어 동화 제작을 위한 강의를 함께 듣는 등 물리적 한계를 뛰어 넘은 공동 교육과정을 실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실질적인 영어 사용 경험을 쌓고,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 서로 교류하며 값진 경험을 얻고 있다. 정아영(고흥도화중 1년) 학생은 “다른 학교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동화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겁고, 또 다른 학교 친구들과 모여 수업을 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B그룹(고흥도덕중, 금산중)은 한 달에 한 번씩 서로의 학교에서 공동 수업을 진행하며 일상 속에서 지속 가능한 영어 공동 교육과정을 구현하고 있다. 두 학교의 학생들이 모여 적은 학생 수로 인해 단조로워질 수 있는 수업 활동을 더욱 풍성하게 체험하고, 원어민 교사와의 수업을 통해 실제적 영어 역량을 개발하는 등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협력해 학생들에게 더욱 심도 있는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노력은 학생들의 영어 실력 향상뿐만 아니라, 지역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하고있다고 자평한다. 정하민(고흥도덕중 2년) 학생은 “다른 학교 친구들의 영어 실력을 보며 자극을 받고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평소보다 다양한 친구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어과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하는 교사들은 ‘(사)아름다운 배움’이라는 교육단체와 함께 한국어 동화책을 영어로 번역하여 캄보디아의 학교에 기부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고흥지역을 넘어 전세계와 연대하는 세계시민역량을 기르고, 이러한 연대를 통해 나눔의 가치를 배우는 전인교육을 경험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학생들에게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영어 교과 자체에 대한 흥미를 고취시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고흥의 학생들은 영어과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글로벌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키워가는 중이다.

뭍과 섬의 완전한 만남, 일상이 되어버린 공동수업

  고흥도덕중은 금산중과 함께 작은학교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하여, 학교별 1·2학년 학생 39명을 대상으로 1년간 수업 중심형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영어, 과학 수업을 과목별로 한 학기에 10차시씩 운영할 계획이니, 무려 40시간의 수업을 함께 하는 셈이다. 영어 교과는 영어로 자기소개 △영어 동화책 작성하기 △원어민 활용 수업 등을 진행하고, 과학 교과는 모둠별 실험 및 결과 발표의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첫날인 3월 27일 수업은 금산중 학생들이 고흥도덕중에 방문하여 공동교육과정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영어, 과학 수업을 2시간씩 블록타임으로 진행한 후 각 학교로 복귀하였다. 이후로는 두 학교가 교대로 이동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흥도덕중-금산중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김상훈(고흥도덕중) 교사는 "처음에는 두 학교 학생들이 한 반에서 진행되는 수업에 어색해할까 걱정했지만, 곧 적응하여 활발하게 진행되는 모습을 보니 기뻤다"며, “평소 소수의 학생으로 진행하기 어려움이 있던 실험을 다양하게 해볼 수 있어서 수업의 질이 향상될 수 있었고 유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두 학교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여 두 학교의 인프라를 공유하고, 교사들이 서로 협력하여 수업하여 소규모 학교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김상훈(고흥도덕중) 교사는 교과협의회에서 만난 후배교사들과 함께 고흥중등과학교사모임을 만들었다. 공동교육과정에 만족하지 않고 실험실습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전문적학습공동체를 지향하는 모임이라고 한다. 서로 다른 전공을 가진 과학교사들이 전공분야 실험실습을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공동교육과정의 나비효과라 할만하다.

음악과 미술이 만나니, 콘서트가 열릴지도

  작은학교 공동교육과정은 고흥지역 음악·미술교사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작은학교 12개교에 근무하는 음악·미술교사는 모두 합해도 5명밖에 되지 않는다. 공동교육과정의 성사를 위해 읍지역의 교사들도 흔쾌히 힘을 보탰다. 2023년 공동교육과정에서 펼쳐졌던 합주의 감동이 이들을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했다고 한다.

  예술교과 공동교육과정의 최종 목표는 미디어 리터러시 콘서트라는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것이었다. 5월에는 동강중, 고흥대서중, 고흥과역중, 고흥점암중앙중, 봉래중의 1학년 학생들이 고흥점암중앙중에 모여 음악을 듣고 신체로 표현하기, 사진의 구도 구상하기, AI프로그램을 활용한 작곡과 영상 제작 등의 활동을 전개했다. 이후 5주 동안 다양한 공간(교실, 팔영산편백치유의숲 등)에서 모둠활동을 통해 작품을 다듬었으며, 지난 6월 28일에는 미디어 리터러시 콘서트를 개최하였다. 예술교과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수업이었다.

  예술교과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한 유수현(동강중 1년) 학생은 “다른 학교 친구들과 함께 ‘꿈꾸는 고래’라는 작품을 만들었던 경험은 정말 엄청났어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어색함, 불편함, 답답함, 뿌듯함, 기쁨 등의 감정이 섞여서 지금의 내가 된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어요.”라며 수업 후의 감동을 표현하였다.

  류시나(고흥점암중앙중) 교사는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는 말을 실감하는 여정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활동이 무슨 효과가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없지 않았지만, 엄청난 성취감을 느끼는 수업이었다. 겸임수업으로 일정 조율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지만 끝까지 함께해주신 선생님들께 고맙고, 무엇보다도 선생님들의 노력보다 10배, 100배로 채우고 완성해준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라며 참여 소감을 밝혔다.

체육수업은 뭉쳐야 제맛


  체육교과의 공동수업 현장은 그야말로 협력활동의 장이었다. 등산, 캠핑, 플래시몹(독도는 우리땅 반주에 맞추어) 등 일반적인 체육수업에서는 볼 수 없는 활동들이 전개되고 있었다.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에게서는 학생들에게 체육교과의 진정한 배움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려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히 드러났다.

  활동에 참여한 박선홍(금산중 1년) 학생은 “다른 학교 학생들과 교류하는 체육수업은 정말 재미있었고, 체육관이나 운동장을 벗어난 색다른 수업도 좋았습니다. 2학기에도 즐겁게 참여하고 싶어요.”라며 행복해했다.

  발령 2년차인 황현명(금산중) 교사는 “우리 고흥에는 작은학교가 너무 많아서, 학생 규모의 영향이 큰 체육교과로서는 다양한 수업구상도 쉽지 않았습니다.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동료(선배)교사들과 함께 이와 같은 단점을 극복할 다양한 수업을 시도해볼 수 있어서 정말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2학기에는 캠핑수업을 기획하고 있는데, 교사 학생 모두 즐겁고 행복한 ‘함께하는 수업’을 만들어 가보도록 하겠습니다.”라며 참여 소감을 밝혔다.

 

국어수업, 함께 쓰고 함께 읽기

  국어과 공동교육과정은 고흥대서중, 고흥과역중, 동강중이 참여한 가운데 2024년 6월 24일 고흥대서중 체육관에서 진행되었다. 세 학교는 '전라남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훌훌』을 중심으로 다양한 독서 활동을 펼쳤다. ‘에듀테크를 활용한 독서 퀴즈 대회’는 개인전과 팀전으로 나뉘어 진행되었으며, 학생들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독서 대화 및 나눔 활동에서는 학생들이 그룹별로 모여 『훌훌』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각자의 감상과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하면서, 다양한 시각에서 책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한 류현민(고흥대서중) 교사는 "이번 공동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고, 다른 학교 학생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되어 보람있는 활동이었다."라며 참여 소감을 밝혔다.

수학 수업, 학교 울타리를 넘다

  수학과 공동교육과정은 세 학교(포두중, 고흥풍양중, 고흥남양중)가 참여하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실질적인 학습을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방식을 도입해 왔다. 그중 하나가 교실 밖에서 진행되는 수학 수업이다. 이러한 시도는 이론에 치중된 기존 수학 수업에서 벗어나, 실생활과 연계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 학교 울타리를 넘은 수학수업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수업은 고흥지역의 생태 농원, 하루에 두 번 바닷길이 열리는 섬 우도를 방문하여 수학적 개념을 실습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었다. 학생들은 생태 농원을 방문해 우리 지역의 특산물인 유자가 들어간 피자를 만들며 원주율을 계산하고, 실제 상황에서 적용해 보았다. 또한, 우도를 방문해 바닷길 시간표를 분석하고 그래프를 그리기를 통해 순서쌍과 좌표 개념을 이해하고 미래의 시간표를 분석하는 등 모둠별로 과제를 수행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학생들은 이러한 수업 방식을 통해 수학에 대한 흥미와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말한다. 이서우(포두중 1년)은 “막상 바닷길 시간표를 그래프로 그리고 나니, 규칙이 보이고 순환이 되는 것을 알았다. 우도가 물이 잠겼을 때에는 어떤 모습인지 더 알고 싶어졌다.”고 말했고, 교사들 역시 학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수학 개념을 쉽게 이해하는 모습을 보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고흥교육지원청에서 작은학교 공동교육과정을 담당하고 있는 김철환 장학사는 “중등에서 추진되고 있는 교과별 작은학교 공동교육과정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고흥형 미래학교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OECD의 ‘EDUCATION 2030’에서 제시하고 있는 ‘변혁적 역량’은 삶과 배움이 연결되는 지역교육과정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바로 그 지역교육과정을 만들어가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고흥교육지원청은 앞으로도 이러한 공동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지원하여 학생들에게는 풍부한 학습경험, 교사들에게는 교육과정 전문가로서의 성장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라며 꾸준한 정책 추진을 다짐했다.

  지금까지 고흥에서 진행되고 있는 중등 교과별 공동교육과정을 살펴보았다. 교육지원청이 지역 차원의 정책을 수립하고 행정지원에 나서니, 교사들은 네트워크(교과별 모임, 전문적학습공동체)를 형성하고 전문성을 발휘하는 참여와 실천의 한마당이 펼쳐졌다. 학습자 규모가 커진만큼 저마다의 배움의 규모도 커진 걸까? 학생들에게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친구가 되어가고 있음을,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교사들에게서 지역의 학생들에게 더 큰 세상을 만들어주는 어른으로서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지역소멸의 위기에 맞서는 고흥 중등교사들의 도전에 응원을 보낸다.

윤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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