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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 현장을 가다

윤진성 기자 | 기사입력 2024/07/28 [06:32]

고흥, 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 현장을 가다

윤진성 기자 | 입력 : 2024/07/28 [06:32]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시기(6~12세)를 발달 단계상 ‘아동기’ 혹은 ‘학령기’라고 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생활의 중심이 가정에서 학교로 옮겨가게 되며, 학교생활의 경험과 또래 집단 내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기능을 습득한다. 특히, 또래 집단 속에서 겪는 갈등과 자료 타협, 경쟁과 협력의 경험은 아이들의 사회·정서적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고흥 작은학교의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6.2명이며, 학급당 학생 수가 1~3명인 학급이 29학급(작은학교 전체 93학급 중 31.2%)이나 된다. 학급당 학생 수가 적다는 것은 아동기의 사회·정서적 발달을 촉진시키기 위한 또래와의 충분한 상호작용이 어려울 수밖에 없음을 나타낸다. 또한, 공감·소통·협력·경쟁·공동체 등의 요소가 포함된 교육과정 상 성취기준을 충분히 도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토의·토론, 합창, 축구나 배구 등의 적정규모 학습집단이 필요한 학습활동을 진행하는 데에도 많은 제약이 있다.

  ‘고흥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은 이러한 교육적 한계를 극복하고, 내실 있는 교육과정 운영 및 작은학교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고심 끝에 찾아낸 방안이었다. ‘고흥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이하 공동교육과정)’은 2023학년도 초등학교 8교, 10학급, 교사 10명의 참여를 시작으로 2024학년도에는 13교, 26개 학급, 24명의 교사의 참여로 확대되면서 그 운영방식이 다양해졌고 효과도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1=1, 둘이 모여 다시 하나가 되다

 

  풍남초등학교 4학년은 6명, 포두초등학교는 10명, 과역초등학교는 8명, 동강초등학교는 4명이다. 학급별로는 10명 이내의 소인수이기에 다양한 교육 활동을 전개하기에 아쉬운 점들이 많았다. 그런데 풍남초와 포두초가 모여 16명이 되고, 과역초와 동강초가 모여 12명이 되면서 교실의 모습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사회 교과의 지역 문화유산 답사와 지역 문제 해결, 국어 교과의 회의 및 독서 토론 수업 등을 함께하며 다양한 의사소통 경험이 필요한 요소들을 중심으로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했다.


  점암초등학교와 남양초등학교는 5, 6학년 과학 교과전담교사들이 나섰다. 학기별로 과학 도서를 함께 읽고 토의하기, 모둠을 구성하여 과학적 원리를 적용한 작품 만들기 활동을 하는 등 과학적 탐구능력과 의사소통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전문가 초청 수업(사진작가를 초청하여 빛의 성질을 이용한 사진 촬영기법 배우기), 고흥 천문과학관 견학 등을 함께하였는데, 강사비나 임차료 집행 등의 문제로 1~2개 학급만을 위해 진행하기에는 부담이 있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함께하면서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었다.


  봉래초등학교와 백양초등학교 1학년은 각각 4명, 1명으로 5명이 함께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두 학급은 2주에 한 번씩, 국어와 수학 교과 위주로 함께 공부하고 있으며, 여름철 체험학습과 뮤지컬 공연 관람을 계획하였다. 통학차가 없는 백양초등학교에서는 고흥교육지원청에서 지원(교육지원청에서 택시회사와 계약하여 학생과 교사의 이동을 지원)하는 택시를 이용하여 불편함 없이 봉래초에서의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정규수업을 마칠 때까지 온종일 대화할 사람이라곤 담임선생님뿐이었던 백양초 학생은 공동교육과정을 하면서 말수도 많아지고 밝아진 모습을 보였다. 수업시간에는 주변 친구들이 하는 활동을 관찰하며 친구보다 과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 애쓰기도 하고,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함께하며 깔깔거리는 모습은 얌전하기만 했던 교실 속 모습과 달리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둘보다는 셋, 손을 잡고 마음을 열다

 

  점암초등학교, 남양초등학교, 대서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점·남·대학교’라 자칭하며 작은학교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세 학급이 모여도 5명밖에 되지 않지만, ‘점·남·대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은 매우 행복하다.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선 입학식에서부터 함께할 친구 하나 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던 두 명의 학생들은 이제 서로의 친구가 되었다. “우리 반은 친구들과 싸우지도 않고, 갈등도 없어요. ‘친구’ 자체가 없었으니까요.”라고 씁쓸해하던 교사는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친구’를 알게 되고, 친구와 자연스럽게 손을 잡으며 환하게 웃던 우리 반 아이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어요.”하며 공동교육과정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3개 학급 담임선생님들은 국어교과와 통합교과를 비롯하여 학예회 특별공연까지, 연간 64차시의 공동교육과정을 기획하였다. 첫 만남에서는 함께 놀이를 통해 서로 친해지는 시간을 갖고, ‘점·남·대학교’ 학생증을 만들며 세 개 학급이 하나라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이후에도 체험학습을 함께하고, 합창, 악기연주, 협동 놀이, 시 낭송회 등 1명일 때에는 해내기 어려웠던 교육활동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월 1~2회, 하루 4시간씩 함께했던 학생들이 “오늘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다음엔 언제 만나요?”, “우리가 그냥 같은 반이면 좋겠다.”하며 아쉬워하는 모습에 선생님들은 온라인 수업을 통해 매주 만남의 시간을 갖게 해 주었다. 이러한 공동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적응과 성장에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성장과 성취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학급의 학생이 1명뿐일 때의 수업은 매우 단조로울 수밖에 없고, 성취기준을 도달하기 위한 활동의 선택, 수업 모형의 적용에도 한계가 있었다. 공동교육과정은 보다 다양한 교수·학습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 주었고, 학생들의 다양한 반응은 밋밋했던 수업에 흥(興)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3명의 교사들은 교육과정과 학생 지도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공동교육과정을 기획·운영하기 위해 끊임없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교사로서의 전문성이 길러지고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편, 점암초등학교, 남양초등학교 3학년은 동강초등학교와 공동교육과정을 함께했다. 점암초와 남양초는 여학생이 각각 1명, 2명이고, 동강초는 남학생이 9명, 여학생이 2명으로 구성되어 세 학급이 모이면 남학생이 9명, 여학생이 5명이 되며 성비 불균형 해소를 통해 ‘다름’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킬 수 있었다. 3개의 학급이 모인다는 것은 지도교사가 3명이 된다는 것으로, 모둠활동 운영에도 유리했다. 4~5명씩 세 개의 모둠으로 나누어 학교 전체를 돌아다니며 이야기가 담긴 사진을 찍고 소개하는 수업에서 교사들은 각자 하나의 모둠을 맡아 꼼꼼하게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었고, 안전사고에 대한 걱정까지 덜 수 있었다.

 

따로 또 같이, 모이고 또 모여서 큰 꿈을 이루다

 

  풍남초등학교와 도화초등학교는 5, 6학년이 만난다. 풍남초와 도화초의 5학년은 총 6명, 6학년은 총 10명이며 두 학교는 학습 주제나 활동에 따라 학년별로 진행을 하기도 하고, 학년군(5~6학년) 단위로 다 같이 모여 함께 수업을 하기도 했다. 사회 교과와 같이 학년별 내용이 달라지거나 지도 요소가 달라지는 경우에는 학년별로 수업을 진행하고, 활동에 많은 인원이 필요한 경쟁활동이나 연극, 소통과 협력이 강조되는 토론 활동,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음식 만들기나 체험학습 등은 5, 6학년이 함께 모여 진행했다. 2개 학급의 결합으로는 채우지 못했던 적정규모의 학습집단을 4개 학급이 모여 만들어 낸 것이다. 담임교사들은 발야구, 배구, 요리, 글쓰기 등 각자의 특기를 살려 주교사와 보조교사로 역할을 나누어 지도하면서 학생 개개인이 학습에 실제로 참여하는 시간(ALT)을 늘리는 등 교육적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 또한, 학생 간 교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방과후시간 및 주말을 연계하여 1박 2일간 학교 캠프를 계획하였으며, 두 학교 학생들이 한곳에 모여 체육활동, 영화 감상, 글쓰기 활동을 즐기고 수다로 밤을 지새우며, 아침 식사를 함께 만들어 먹는 등 공동교육과정으로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함께 배우면 더 행복한 우리, 고흥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

 

  2024학년도 1학기를 마무리하며 고흥교육지원청은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한 학생(N=70)과 교사(N=23), 학부모(N=37)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였다.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의 89%는 ‘공동교육과정이 학습에 도움이 되었다’고 하였으며, 공동교육과정의 좋은 점으로는 ‘수업 활동의 다양화(27%)’, ‘다양한 친구들과의 만남(27%)’, ‘다른 학교에 대한 이해(13%)’ 였고, 힘들거나 불편한 점은 ‘낯선 아이들과의 만남(13%)’, ‘학교 이동의 어려움(11%)’으로 나타났다.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느낀 점은 “재미있었다(즐거웠다).”, “다른 친구들이 모르는 걸 친절하게 알려줘서 행복하고 좋았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어색하고 집중이 잘 안 됐다.”라는 반응도 있었다.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한 교사들은 공동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맺은 결실로 ‘학생들의 행복한 미소(41%)’를 가장 높은 비율로 꼽았으며, 그 외에도 ‘동료 교사와 협력하는 문화 조성(33%)’, ‘다양한 교육활동 전개를 통한 수업 만족도 향상(13%)’으로 꼽았다. 또한 공동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로는 ‘운영 교사 간의 지속적 교류를 통한 피드백(35%)’과 ‘학교 간 협력적 소통 문화 구축(28%)’으로 나타났으며, 공동교육과정 운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학교 간 소통의 어려움(25%)’, ‘협력수업(수업공개)에 대한 부담(20%)’ 순으로 응답하였다. 이는 학교 간, 교사 간의 소통과 협력이 공동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학부모들은 97%가 공동교육과정 운영에 대해 만족하고 있었으며, 100% 모두 공동교육과정이 자녀의 학습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응답하였다. 기타 의견으로는 공동교육과정에의 참여가 “학교생활에 대한 흥미도 향상, 표현력과 협동심, 사교성 발달 등 자녀에게 긍정적인 행동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하였으며,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한 선생님들에 대한 감사의 의견도 나타났다. 또한, “시골학교의 한계를 극복하고, 작은학교의 아쉬움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앞으로도 많은 작은학교가 참여하고, 더욱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고흥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 운영의 지속적인 확대를 기대하였다.

 

Go! 흥(興), 더 나은 공동교육과정을 꿈꾸다

 

  ‘고흥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의 초등학교 사례를 통해 공동교육과정이 학생들의 학습 경험 확장, 학습의 효율성 증대뿐 아니라 정서적·사회적 발달을 촉진시키는 등의 교육적 효과가 있음을 확실히 엿볼 수 있었다. 이렇게 공동교육과정이 작은학교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교육력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시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교육공동체의 인식 개선, 학교 간 협력적 소통 문화 구축, 교사들의 자발적 참여와 지속적인 교류, 교육청의 행·재정적 지원 등 여러 요소가 함께 맞물려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고흥교육지원청에서 처음 공동교육과정을 제안했을 때, 교원들은 그 필요성과 취지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공감하였으나, 공동교육과정의 참여에 대해서는 대부분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전라남도교육청의 예산 지원, 고흥교육지원청의 적극적인 소통과 지지에 힘입어 몇몇 교사가 참여 의사를 밝혀주었고, 그 교사들의 부단한 노력을 통해 작은학교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었으며, ‘학생들의 행복’이라는 소기의 성과도 거둘 수 있었다. ‘고흥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은 2023년의 ‘도입기’를 시작으로 2024년 ‘발전기’에 접어들었으며, ‘정착기’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공동교육과정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공동교육과정에 대한 인식의 확산, 교육(지원)청의 적극적인 행·재정적 지원을 기반으로 교육공동체의 협력과 소통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3부에서는 ‘중학교 공동교육과정, 교과별 특색이 도드라지다.’를 통해 ‘고흥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의 중학교 사례를 들여다 보자.

윤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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