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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 현장을 가다

고흥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 작은 움직임으로 만드는 큰 물결

윤진성 기자 | 기사입력 2024/07/21 [06:49]

고흥, 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 현장을 가다

고흥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 작은 움직임으로 만드는 큰 물결
윤진성 기자 | 입력 : 2024/07/21 [06:49]



학령인구 감소시대, 그에 따른 교육적 과제

 

  출산율 감소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는 교육계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통계청 자료(2022,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2024년 248만 명인 초등학교 학령인구가 10년 후인 2034년에는 147만 명으로, 중학교는 138만 명에서 81만 명 정도로 급감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2023년 전남의 초·중학교 678교 중 334교(49.3%)가 학생 수 60명 이하의 작은학교이며, 학생 수 30명 이하의 작은학교도 89교(20.8%)에 달한다. 5년 후에는 학생 수 60명 이하의 작은학교는 375교로 55%를 넘어서고, 30명 이하의 작은학교도 252교로 38%에 육박할 것이라 전망된다(전라남도교육청 2024~2028학년도 학생배치계획, 2023. 11. 15.). 학생 수 감소라는 교육적 위기 속에서 작은학교가 나아갈 방향 설정이 매우 중요해진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의 시작

 

  학생수 급감에 따라 2024년 현재, 고흥의 학생 수 60명 이하의 작은학교는 초등학교 전체 19교(분교장 포함) 중 17교(89.5%), 중학교 전체 15교 중 12교(80%)에 달한다. 이에 따라 고흥교육지원청에서는 작은학교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작은학교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고민과 논의를 계속해 왔다.

 

 

작은학교는 1:1 개별화 맞춤형 지도가 가능하고, 교사와의 빈번한 인격적 상호작용을 통하여 올바른 인성 함양에 긍정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 또한 작은학교 특성상 학부모 및 지역사회의 요구를 반영하는데 용이하다. 아울러 학생·학부모·교원 및 지역사회 구성원까지 포함한 교육공동체의 결속력을 기반으로 참여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 작은학교만의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학생 수에 따른 교원 수급과 교원 배치 문제(복식수업, 겸임·순회수업 등) 뿐 아니라 농어촌 지역에 위치한 특성상 주변 인프라 부재로 인한 교육활동의 제한, 학교 통폐합 대상으로 교육환경개선 및 시설투자 대상에서 소외됨으로써 교육의 질이 저하되는 등 교육력이 약화되는 문제점이 대두된다. 또한, 작은학교의 학급 대부분이 소인수로 편성되어 여러 교육적 한계를 무릅쓰게 한다. 뿐만 아니라 적정규모 학습집단의 협력과 소통이 요구되는 다양한 교육활동의 선택에 제한이 있으며, 또래 집단의 부재로 인한 학습 동기 약화 및 사회성 발달 저하 등의 한계에 놓이고 있다.

 

 이러한 교육적 한계를 타개하기 위해 기획된 ‘고흥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은 ‘2023. 고흥 작은학교 활성화 프로젝트’에서 비롯되었다. 작은학교 활성화의 핵심과제를 교육과정 중심의 학교운영체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한 교육지원청의 과제로 ‘작은학교 활성화 지역협의체’, ‘팀간 협력체제(TF팀)’ 등 행정지원체제 구축을 제시하였다. 계획이 구체화되자 작은학교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더욱더 활발히 이루어졌다. 그 결과, 작은학교 교육과정 활성화라는 과제는 학교-마을 연계 교육과정, 지역 연계 특색교육과정 운영,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운영의 세 가지 영역으로 정리되었으며, 교육지원청은 ‘작은학교 공동교육과정(이하 ‘공동교육과정’)’운영 지원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고흥교육지원청에서는 ‘작은학교 공동교육과정’을 ‘작은학교 학생의 다양한 학습 경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하여, 학년(교과)별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다수의 소통과 협력이 보다 효과적인 수업 단원(차시)을 추출하여 소규모학교(소인수학급) 간 공동으로 운영하는 교육과정’이라고 정의하여 그 취지와 목적을 분명히 하였다. 이를 위해 고흥교육지원청은 학교(교사) 자발성 존중, 교육과정 개발 교원 역량 강화, 공동교육과정 맞춤형 행정지원의 세 가지 원칙을 토대로 ‘현장 의견수렴 – 참여교사(교과) 모집 및 매칭 – 운영 계획 수립 및 실행 – 평가 및 발전 방안 모색’의 추진 절차를 수립하였다. 이와 더불어 초·중학교의 특성을 고려하여 초·중등 연합으로 추진할 부분과 학교급별로 다르게 추진할 부분에 대하여 협의하였다. 그 결과, 인식 개선 및 역량 강화에 대한 부분은 공동으로 추진하고, 공동교육과정 운영 시기와 방법은 초·중등 학교급별 현황과 특성을 반영하여 별도의 계획을 수립하였다. 

 

  

  2023년 4월, 고흥교육지원청은 학교장 연찬회를 통하여 ‘작은학교 활성화 프로젝트’ 안내를 통해 관리자의 인식 개선을 도모하고, 이와 더불어 공동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관리자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어 학교급별 교육과정 담당교사를 대상으로 고흥의 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 운영 방향을 안내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담당장학사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당시 일부 교사들은 “현장의 작은학교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냐?”, “고흥의 모든 작은학교가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라는 것인가?”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한다. 이후로 고흥교육지원청에서는 교사들의 공감대를 얻고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게 되었다. 교사협의회, 관리자 연찬회 등 소통과 협의의 자리를 꾸준히 마련한 것이다.

 

작은 움직임으로 만드는 큰 물결, 고흥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

 

  고흥의 초등 교원은 교육경력 10년 이상의 중견 교사 비율이 83.4%로 대부분의 교사가 교육과정 운영 경험이 많은 상황을 반영하여 공동교육과정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1학기 동안 개발위원들이 개발한 학년별 공동교육과정 예시안을 포함한 ‘공동교육과정 운영 길라잡이’를 배포하였다. 이어 2학기 공동교육과정 운영을 희망하는 교사들을 모집하고, 협의회를 통해 학급별로 10~16차시의 공동수업을 계획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초등에서는 공동교육과정 운영 학교(급) 수요조사 결과, 10교 13개 학급의 담임교사가 2학기 공동교육과정의 운영을 희망하였으나 실제로 선정된 곳은 8교 10학급이었다. 미선정된 3개 학급은 인근 학교(급)과 매칭을 위해 여러 차례 시도하였으나 결국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중등교사들의 공동교육과정 운영은 초등과는 매우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었다. 고흥교육지원청은 학기 초부터 고흥 관내 중·고등학교 교사 전체를 대상으로 교과협의회를 실시하였다. 고흥지역에 근무하는 교사로서 어려운 점과 좋은 점을 공유하고, 작은학교 교육활동의 아쉬움도 함께 나눴다. 그리고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들을 협의하면서 공동교육과정이 주효한 해결방안 중 하나임을 합의할 수 있었다. 물론 공동교육과정 참여 여부는 전적으로 교사의 자발적 선택에 맡겼다. 의외로 많은 교과에서 참여 의사를 밝혔다. 교사들은 동료네트워크(특히 지역단위 교과모임)에 목말라했음이 분명해 보였다. 공동교육과정이라는 구체적이고 단기적인 목표가 생겼으니 추진력에도 불이 붙었다. 이때 구성된 교과별 교사모임은 2024년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해마다 20여 명의 신규교사들이 고흥으로 초임발령을 받는다. 그야말로 ‘신규사관학교’나 다름없다. 2023년 고흥교육지원청은 ‘고흥 중등 신규교사 성장 아카데미’를 추진했다. 4월을 시작으로 매월 한 차례씩, 때로는 써클대화, 때로는 선배교사(또는 교수 등 전문가)와의 만남을 통해 동료 네트워크와 교육 전문가로서의 성장판을 만들어주고자 하였다. 이렇게 다져진 네트워크는 교과별 공동교육과정의 추진에 엄청난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

 

  7월, 방학을 앞두고‘중등 공동교육과정 운영 역량강화 직무연수’를 통해 교과별 공동교육과정 수업안을 개발해보는 경험을 시작으로 교과별 공동교육과정 모델을 개발하였다. 6개 교과(군)가 공동교육과정에 대한 의지를 보였고, 교과별 특성에 따라 진행 속도와 구체적인 구현 방법은 다르지만 저마다의 방향으로 공동교육과정을 구현해 보려는 의지를 보였다.

 

한편, 공동교육과정 운영의 한계를 극복하고 학교를 지원하고자 하는 교육지원청의 고민은 계속되었다. 통학차량이 없는 학교의 이동 지원을 위해서 버스와 택시임차 지원 방안을 마련하였다. 학기 초 사전 수요조사를 통하여 택시 회사와 계약을 맺고, 학교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맞춰 배차를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 공동수업 중간에 급식이 필요해지는 경우, 적절한 행정절차를 통해 급식 지원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정실장 및 급식조리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한 연찬회를 통해 사전협조를 구하고 공감을 얻어낸 덕분이었다고 전해진다.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실 속 학생들은 “우리 반에는 여자가 나밖에 없었는데, 여자친구가 생겨서 좋아요.”, “매년 같은 친구들만 만나서 공부를 하는 게 지루하기도 했는데, 다른 친구들이 있으니 재미있어요.” 등 교우 관계 측면에서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담임교사들 역시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다름’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졌고, 성비 불균형에 대한 학생들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며 학생들의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보다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칠 수 있어서 좋았다.”, “작은학교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동학년(교과) 교사’가 있어 좋았다. 서로가 서로의 멘토가 되는 것 같았다.” 등 교육과정 운영과 교사로서의 성장에 대한 만족감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다른 학교와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힘들었다.”, “운영 기간이 짧아 아쉬운 면이 있다.” 등의 어려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2023학년도 12월, 공동교육과정 운영 교사들은 여수에서 1박 2일간의 연찬회를 가졌다. 초·중등 교원이 섞여 공동교육과정 운영 사례를 나누고, 활동에 대한 반성과 함께 2024학년도에 이루고자 하는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 교육과정 운영의 다양성, 교사 전문성 신장, 협력적 네트워크 구축 등 공동교육과정 운영의 효과뿐 아니라, 교원의 자발성을 비롯한 교육공동체의 인식 개선에 대한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현장의 의견들은 2024학년도 ‘고흥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밑거름이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도약, 2024. 고흥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

 

  2024학년도 ‘고흥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은 새학기가 시작하기 두 달 전인 1월부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였다. 교육지원청의 공동교육과정 운영 계획 수립에서부터 학교 안내, 교사 및 관리자 대상 설명회, 희망 교사(학급, 교과) 모집뿐 아니라 운영 학교(학급)의 매칭, 계획서 수립까지 사전 준비 절차는 2월에 모두 마무리 되었다. 3월에는 학교(급) 및 교과별 계획서의 공동교육과정의 취지에 부합성을 고려하여 그 효과를 높이고자 컨설팅을 통한 피드백을 제공하였으며, 선정된 학교에 운영비를 교부하였다. 이렇게 3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된 공동교육과정은 학교 간, 교사 간, 그리고 교육지원청과의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초등은 작은학교 17교(분교장 포함) 중 13교 26학급 24명의 교사가, 중등은 작은학교 12교 중 12교 8교과 42명의 교사들이 함께하고 있다

 

2023학년도 작은학교 공동교육과정의 도입기를 거쳐, 2024학년도에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연구와 협의를 통해 이전의 운영형태에서 확장된 보다 발전되고 새로운 형태의 운영 모델로 거듭나고 있다. ‘고흥작은학교공동교육과정’의 구체적인 운영 사례들과 함께 학생들의 변화, 교육공동체의 만족도 등을 살피기 위해 고흥 학교 현장을 찾아가 보도록 하자.

 
윤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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